콜레스테롤은 숫자가 아니라 기능이다 – 손상된 세포 복구에서 HDL과 LDL의 역할
건강검진에서 흔히 보는 콜레스테롤 수치, 그중에서도 HDL과 LDL은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나뉘어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HDL과 LDL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생리적 지질 운반체이며,
그 수치 변화는 단순히 많고 적음을 넘어 신체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구 작업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HDL과 LDL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수치를 해석할 때는 그 숫자 자체보다 소모되는 방식, 기능, 대사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HDL은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실행자’다
HDL(고밀도 지단백)은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손상 복구, 산화물 제거, 항염 작용을 수행하는 능동적인 면역적 조력자입니다.
손상된 조직 주변에서는 산화된 지질, 독성 물질, 염증 반응이 증가하게 되는데,
HDL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직접 개입합니다.
- 산화된 LDL을 회수하여 간으로 되돌리는 역할 (reverse cholesterol transport)
- 손상된 세포막에 콜레스테롤과 인지질을 제공하여 복구 지원
- 항산화효소(paraoxonase 등) 활성화를 통해 산화 스트레스 완화
- 대식세포의 과잉 작용을 억제하며 염증을 조절
이런 활동 과정에서 HDL은 실제로 산화되거나 변형되어 소모되며, 수치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즉, HDL이 낮다는 것은 단순히 생성이 적은 것만이 아니라, 손상된 세포 복구와 산화물 제거 작업에 ‘많이 동원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LDL은 복구 현장에 자재를 공급하는 운반자다
LDL(저밀도 지단백)은 콜레스테롤을 간에서 조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을 만들고, 비타민D 생성에도 필요합니다.
즉, LDL은 우리 몸이 스스로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 운반차’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LDL은 복구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으며’,
손상된 환경에서 산화되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산화된 LDL은 면역세포의 공격 대상이 되어,
염증 반응과 죽상경화반(plaque) 형성을 유도하며 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LDL 수치는 높다고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 산화되지 않았는가
- 입자 크기가 작고 밀도가 높지 않은가
- 동반된 지표(HDL, 중성지방, CRP 등)가 건강한가
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야 합니다.
HDL은 실제로 소모되지만, LDL은 그렇지 않다
세포 손상이 많거나 염증 상태가 있을수록 HDL은 많이 소모됩니다.
이때 HDL 수치가 낮아졌다면, 이는 오히려 몸이 복구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면 LDL은 특정한 질환 상태에서 간에서 증가되거나, 조직에서 재흡수가 줄어들며 수치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LDL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순환 자산’으로 존재하며, 특별히 ‘소모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LDL이 소모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이는 대식세포가 산화된 LDL을 처리하거나 혈관 내 침착으로 이어지는 병리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결과일 뿐입니다.
LDL과 HDL,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
HDL이 낮고, 중성지방이 높으며, 염증 수치(CRP)가 상승해 있다면
→ 몸에 산화 스트레스가 높고, 복구 자원이 소모되고 있으며, 대사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강한 신호입니다.
LDL이 다소 높더라도 HDL이 높고, 중성지방이 낮고, 염증 수치가 낮다면
→ 체지방이 적고 운동량이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 상태일 수 있습니다.
결론: 콜레스테롤 수치 해석은 숫자가 아니라 기능의 관점에서
검진 수치에서 HDL이 낮고 LDL이 높다고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 이 수치가 어떤 기능적 활동에 따른 결과인지,
- 몸의 복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 산화·염증·지질 균형이 어떤 상태인지입니다.
HDL은 ‘소모되는 면역 복구 자원’이고,
LDL은 ‘재료를 공급하는 운반체’이며,
둘 모두를 생리적 맥락 속에서 읽어야만 건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수치는 참고 지표일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수치의 기능적 배경과 해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