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산소 없이 단 몇 분도 살 수 없습니다.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산소는 때때로 우리 몸을 파괴하는 물질로 변합니다. ‘활성산소’라는 이름의 산소 분자는 세포를 공격하고, 노화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산화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왜 우리 몸에 해롭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면, 식단과 생활 습관을 훨씬 더 과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만들 때 생기는 활성산소
우리 몸의 세포는 산소를 사용해 ATP라는 에너지를 만듭니다. 이 과정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며, 일반적으로 안전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간혹 산소가 불완전하게 반응하면서 전자를 하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 하나가 부족한 불안정한 산소 분자가 발생하게 되며, 이를 ‘활성산소’라고 부릅니다.
활성산소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분자로부터 전자를 빼앗으려 합니다. 그 대상이 세포막일 수도 있고, 단백질이나 DNA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세포 구조가 파괴되고, 효소 기능이 망가지며, DNA가 손상되어 돌연변이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쇄 반응이 바로 ‘산화 스트레스’입니다.
산화 스트레스는 노화의 근본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혈관질환, 암, 치매, 당뇨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항산화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산화가 전자를 빼앗는 과정이라면, 항산화는 그 반대입니다. 항산화물질은 전자가 하나 부족한 활성산소에게 자발적으로 전자를 건네줍니다. 활성산소는 전자를 얻으면 더 이상 공격적이지 않게 되어, 다른 분자를 손상시키지 않게 됩니다.
이처럼 항산화물질은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일종의 ‘완충제’ 역할을 하며, 우리 몸의 세포와 유전자를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합니다.
자연에는 다양한 항산화제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비타민 C, 비타민 E, 셀레늄, 폴리페놀류 등이 있으며, 이들은 과일, 채소, 통곡물, 해조류, 견과류 등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산화는 반드시 막아야 할 대상인가
산화 자체는 우리 몸에 해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면역세포가 세균을 죽일 때에도 활성산소를 활용하고, 세포 내 신호 전달에도 사용됩니다. 문제는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될 때입니다. 과식, 흡연, 음주, 수면 부족, 스트레스,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 등은 모두 활성산소를 증가시킵니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은 만성 염증 상태에 빠지고, 수년간 누적된 세포 손상이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산화 전략은 ‘활성산소를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산화를 조절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항산화물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질까?
활성산소는 단지 해로운 부산물이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사용하는 생리적 도구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면역세포는 외부 병원체를 제거할 때 활성산소를 무기로 사용합니다. 대식세포나 호중구 같은 면역세포는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삼킨 후, 내부에서 활성산소를 방출해 이를 파괴합니다. 이 과정을 ‘호흡 폭발(respiratory burst)’이라고 부르며, 선천면역의 중요한 기전입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억제될 경우, 면역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고용량의 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했을 때 면역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E와 NAC 같은 항산화제를 복용한 폐암 마우스 실험군에서 종양이 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활성산소가 암세포의 이상 증식을 경고하는 신호로 작용해야 하는데, 항산화제가 그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SELECT 임상시험에서는 비타민 E 보충제를 복용한 집단에서 전립선암 발생률이 오히려 증가해 연구가 중단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대부분 일반 식사를 통한 항산화 섭취가 아니라, 고용량 보충제 복용이라는 특수 조건에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일반적인 식생활에서 항산화 식품을 꾸준히 섭취한다고 해서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항산화 상태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더 잘 발휘하게 돕습니다.
우리 몸은 산화와 항산화 사이의 균형을 조절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활성산소를 만들고, 불필요하면 스스로 중화하는 효소(글루타티온, SOD 등)도 활성화됩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항산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이 시스템을 보완해주는 역할일 뿐,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은 낮습니다.
균형이 핵심이다
노화와 질병을 단순히 유전이나 나이 탓으로 돌리기보다, 그 기저에 존재하는 산화와 염증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산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활성산소 생성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건강 전략입니다.
다만 항산화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장기 복용하는 것은 목적과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되도록 식품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 몸이 원래 설계된 조절 능력을 믿고, 식사와 생활습관을 통해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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